여행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고,
요즘 자주 생각합니다.
버스를 타고 두 시간쯤 가면
아직도 책 냄새가 나는 작은 동네책방이 있다고 들었어요.
그 말을 들은 날,
별 계획 없이 가방을 챙기고 나섰습니다.
어느 골목 끝,
햇살이 부서지는 유리창 안으로
조용히 책을 읽는 사람이 보이더군요.
누군가가 오래도록 머물다 간 자리 같았어요.
구겨진 의자 쿠션,
책등이 바랜 시집,
작은 잔에 남은 커피 자국까지.
그곳의 공기는
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있다는 걸
몸으로 느끼게 해줬습니다.
책 한 권을 고르고
천천히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,
문득 ‘아, 이거면 충분하네’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.
이런 하루가,
마음속에 오래 남는다는 걸
그제야 알게 된 거죠.
여행의 이유는 때때로
그저 동네책방 하나일 수도 있어요.
다 읽지도 못한 책을 들고
돌아오는 길이 괜히 든든했던 그날처럼요.